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이메일, 온라인 계정 등 우리가 남기는 디지털 흔적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디지털 유산을 관리하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디지털 장의사'입니다. 이들은 온라인 상의 개인 정보를 정리하고 삭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의 등장 배경, 주요 업무, 국내외 현황, 그리고 이 직업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디지털 장의사의 탄생 배경
☕ 온라인상의 '잊힐 권리'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잊힐 권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있었던 한 획기적인 판결이 이 개념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스페인의 변호사 마리오 곤살레스가 구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이 소송의 핵심은 구글 검색 결과에서 자신과 관련된 오래된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 구글에게 해당 검색 결과를 삭제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 판결은 개인이 자신의 온라인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잊힐 권리'를 인정한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
이 판결 이후 유럽에서는 2개월 동안 무려 8만 건이 넘는 포털 게시글 삭제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온라인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였습니다.
☕ 국내의 움직임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016년 4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을 공개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인터넷 이용자가 자신이 작성한 글, 사진, 동영상 등의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게시판 관리자에게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가이드라인은 작성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에도 생전에 지정한 특정인이나 유족이 대신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유산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 디지털 장의업의 등장
이러한 '잊힐 권리'의 보장에서 출발한 '디지털 장의업'은 온라인상에 기록된 개인의 정보를 사망 후에도 삭제해주는 서비스로 발전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쉽게 생성되고 오래 보존되는 디지털 정보에 대해 사람의 생명과 비슷한 유한한 시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현대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업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디지털 정보의 영속성과 그로 인한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번 인터넷에 올라간 정보는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를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삭제할 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입니다.
🍃 디지털 장의사의 주요 업무
☕ 디지털 흔적 정리
디지털 장의사의 주요 업무는 고객 또는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삭제하는 것을 넘어서 종합적인 디지털 자산 관리를 포함합니다.
1. 정보 파악 및 정리:
의뢰인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각종 웹사이트 아이디 등을 파악하고 정리합니다.
의뢰인의 온라인 활동 전반을 이해하고 관리해야 할 정보의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2. 디지털 정보 삭제 및 처리:
온라인상에 흩어져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삭제하거나 적절히 처리합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직결되는 중요한 업무입니다.
3. 계정 관리:
사망한 고객의 경우, 남겨진 온라인 계정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고 실행합니다.
소셜 미디어 계정, 이메일 계정, 온라인 뱅킹 계정 등 다양한 유형의 계정을 포함합니다.
4. 디지털 유산 관리:
고인이 남긴 디지털 자산(예: 암호화폐, 온라인 게임 아이템 등)을 파악하고 유족들에게 적절히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 업무 프로세스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따릅니다[1]:
1. 상담 및 계약:
고객이 계정이나 정보의 삭제 등과 관련해 상담을 하면 디지털 장의사는 수행할 업무와 비용, 목표 등을 설정해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2. 정보 수집:
데이터 검색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키워드 검색, 유출 사이트 가입 등의 방법으로 온라인상에 유출된 정보를 수집합니다.
3. 정보 분석 및 정리: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정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삭제해야 할 정보와 보존해야 할 정보를 구분합니다.
4. 삭제 작업:
삭제가 필요한 데이터에 대해서는 해당 사이트의 관리자와 협조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적,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것도 디지털 장의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5. 모니터링 및 보고:
데이터 정리 후에는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작업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해 의뢰인에게 제출합니다.
☕ 사이버 평판 관리와의 차이점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유사한 직업인 사이버 평판 관리자의 업무와 구별됩니다.
사이버 평판 관리자가 개인이나 기업의 사이버상의 평판을 관리하고 악성 평판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해결한다면,
디지털 장의사는 주로 고객 또는 고인의 각종 디지털 정보나 자산 등을 정리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단순한 정보 삭제를 넘어서 개인의 디지털 생애 전반을 관리하는 포괄적인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디지털화되면서 개인의 온라인 정보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합니다.
🍃 해외 현황
☕ 디지털 장의 서비스 제공 기업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기업들이 디지털 장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각각 독특한 서비스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1. 레가시로커(Legacy Locker):
이 회사는 사용자가 생전에 자신의 모든 온라인 계정 정보를 등록해놓고, 사망 후 지정된 대리인이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는 사용자의 디지털 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2. 라이프인슈어드(Life Ensured):
이 회사는 의뢰인의 사망 후 유언에 따라 인터넷상의 데이터를 삭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남겨진 댓글 등을 일일이 지워주는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사망 사실을 알리는 응답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여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정리하는 동시에 지인들에게 적절히 알리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3. 데드스위치(Death Switch):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로그인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미리 설정해둔 메시지를 지정된 사람들에게 보내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는 사용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이나 장기 부재 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4. 세푸쿠(Seppukoo):
일본의 이 서비스는 SNS 계정을 한 번에 삭제해주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는 디지털 세계에서 '자살'을 의미하는 일본어 '세푸쿠'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5. 슈어사이드머신(Suicide Machine):
네덜란드의 이 서비스도 세푸쿠와 유사하게 SNS 계정을 일괄적으로 삭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개인의 디지털 정보를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삭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유산 관리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주요 IT 기업들의 대응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자체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1]:
1. 구글:
2013년부터 '휴면계정관리 서비스(Inactive Account Manager)'를 시작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계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미리 지정해둔 사람에게 계정 접근 권한을 부여하거나 계정을 삭제할 수 있게 해줍니다.
2. 야후:
'야후 엔딩' 서비스를 통해 사망한 사용자의 콘텐츠를 정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3. 페이스북:
유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인의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계정은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새로운 친구 추가나 로그인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 법적 동향
해외에서는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1. 유럽연합(EU)
2012년 1월 '일반정보 보호규정'을 통해 '잊힐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개인이 자신의 개인정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2. 미국 캘리포니아주
2015년부터 '온라인 지우개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SNS와 인터넷 등의 게시물에 대해 나중에라도 해당 인터넷 업체에 삭제요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합니다.
특히 이 법은 게시물의 성격이 반사회적이거나 불법적이지 않더라도 최초 작성자가 원하면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움직임은 디지털 장의사가 활동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디지털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국내 현황
☕ 디지털 장의 업무 현황
국내에서 디지털 장의 업무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 디지털 정보 검색 및 삭제 전문업체:
이들 업체는 주로 개인이나 기업의 요청에 따라 온라인상의 불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삭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 사이버평판전문업체:
이들은 주로 기업이나 유명인의 온라인 평판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지만, 개인의 디지털 정보 관리도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법무법인의 관련 부서:
일부 법무법인에서는 디지털 정보와 관련된 법적 문제를 다루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디지털 장의 업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 장의 관련 전문업체는 약 20~30개, 종사 인원은 150여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2021년 기준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디지털 장의 광고업체를 검색해보면 약 18개 업체가 검색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국내 디지털 장의업의 역사와 현황
국내에서 디지털 장의업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8년경입니다.
이후 점차 관련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들이 '잊힐 권리'를 부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1. 개인정보보호법: 개인정보 삭제에 대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정정보도 청구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임시조치 및 불법정보 삭제에 대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들은 제3자가 게시한 정보의 삭제 및 검색 배제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2020년 9월 '잊힐 권리 법제화에 대한 검토'를 통해 법적 검토사항을 제안하고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국내 디지털 장의업의 과제
국내 디지털 장의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1.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디지털 장의업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업무의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윤리적 가이드라인 수립:
개인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3. 전문인력 양성:
디지털 장의사로서 필요한 법률, 기술, 윤리 등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4. 사회적 인식 개선:
디지털 장의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 디지털 장의사 준비 방법
현재 디지털 장의사를 위한 공식적인 자격제도나 교육과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관련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 이 직업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 필요한 지식과 기술
디지털 장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지식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1. 개인정보보호법 지식: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된 법적 지식은 필수적입니다.
2. 인터넷 검색 및 분류 기술:
온라인상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검색하고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3. 데이터 분석 능력: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IT 기술에 대한 이해:
웹사이트 구조, 데이터베이스, 검색 엔진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5. 커뮤니케이션 능력: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 웹사이트 관리자와의 협상 등을 위해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됩니다.
☕ 교육 프로그램
현재 일부 기관에서 디지털 장의사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 서울시 산업진흥원(SBA):
2018년에 디지털 장의사(온라인평판관리사)의 취업 및 창업교육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2. 성동여성인력개발센터:
디지털 장의사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 50플러스재단: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장의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4. 디지털 장의업체:
일부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교육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터넷 윤리
- 관련 법규
- 검색과 분석 및 분류 기술
- 정보 삭제 기술
- 온라인 홍보 마케팅
- 삭제 요청 설득 커뮤니케이션
☕ 관련 분야 경력 쌓기
디지털 장의사로 직접 활동하기 전에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1. IT 기업: 데이터 분석, 웹 개발 등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면 도움이 됩니다.
2. 법률 사무소: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3. 온라인 마케팅 회사: 온라인 평판 관리와 관련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4. 사이버 수사 관련 기관: 온라인상의 불법 정보 처리와 관련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직업입니다. 우리의 삶이 더욱 디지털화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유산 관리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과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 장의사를 꿈꾸는 이들은 관련 법규와 기술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실제 경험을 통해 실무 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디지털 세상을 더욱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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